2022년 3월 10일 뉴욕에 와서 맨땅에 헤딩 끝에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그 동안의 취업 여정을 요약해보면
타임라인
- 2022/03/19: 이력서 업데이트 시작
- 2022/03/26: 첫 지원서 작성
- 2022/04/07: 첫 면접
- 2022/04/28: 첫 오퍼!
- 2022/05/05: 두번째 오퍼!
- 2022/05/06: 회사 결정
- 2022/05/07~ : Background check 진행 중
요약
- 지원한 포지션: 27개 (Data Scientist or Senior Data Scientist)
- 입구컷 탈락 (탈락 이메일 받은 경우만): 7개
- 무응답: 13개
- HR 스크리닝: 7개
- Hiring Manager 면접: 6개
- 최종 면접: 3개
- 오퍼: 2개
현지에 아는 사람도 없고 따로 추천(referral)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냥 linkedin이나 glassdoor에서 공고를 찾아서 최대한 나에게 맞아 보이거나 내가 가고 싶은 회사 위주로 지원했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차차 이야기를 풀 예정이고 여기엔 내가 그동안 미국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취업에 도전하면서 느낀 점을 써보려고 한다.
1. 요즘 미국 취업 시장이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고 합격하기 쉽다는 말은 아니다.
써놓고 보니 말이 좀 이상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 같기도 하다. 잘하는 사람들은 항상 여러개의 오퍼를 받고 마음에 드는 회사를 골라서 가는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조금 애매하다면? 회사에서 아무리 사람이 필요해도 자기들 성에 차지 않는 사람을 뽑진 않을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내가 본 느낌은 그렇다. 예를 들어 내가 최종 면접까지 간 회사 중 하나는 럭셔리 화장품 대기업이었는데 이제 막 Data Science 팀을 꾸려서 공격적으로 채용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엔지니어도 뽑고 있었고 올해에만 5명 이상을 채용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난 결국 최종에서 떨어졌다 :( 급하다고 해도 일단 면접 볼건 다 보더라. HR 스크린, 1차 Hiring Manager 면접, Take-home Test을 거쳐서 최종 면접은 무려 6명의 멤버들과 30~50분 가량 면접을 봤다. Executive Vp, VP, Director, HR 팀장과 behavioral interview를 보고 Data Scientist들과는 technical interview도 봤다. 많이 뽑고 싶다더니 인터뷰 과정을 제일 길고 힘들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취업 시장 분위기에 대해 얘기해보면 일단 많이 뽑는거 같다. 내가 경험한 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서 모든 직군에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걸 먼저 말해둔다. 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위주로 골라서 지원해서 27개만 지원한 편인데 보통 여기선 첫 직장 잡으려면 100군데 이상 이력서 뿌리는 게 굉장히 흔한 편이다. 그런데 추천인 없이 27개 지원해서 7군데서 1차 연락을 받았으니 대략 25% 통과율 정도 되는 셈인데 꽤 높은 통과율인것 같다. 물론 나는 영주권을 받은 상태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신분 해결이 되지 않은 사람들 보단 훨씬 높은 통과율일 것이다. 그래도 미국에 오기 전에 쫄았던 것에 비하면 꽤 수월하게 풀려서 나도 놀랐다.
2. 미국 취업에선 신분이 정말 중요하다.
미국에서 석박사 하신 유능하신 분들도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는 사례를 많이 봤다. STEM 전공의 경우는 조금 낫다고 들었지만 그게 아닌 사람들은 신분이 항상 발목을 잡는다. 27개 회사를 지원할 때 모든 회사에서 나의 현재 비자 상태가 무엇인지, 지금은 문제 없다고 해도 미래에 sponsorship을 필요로 하는지를 꼭 물어본다. 그리고 1차 HR 스크린 통화에서도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다. 나는 비자 스폰서가 필요 없어서 HR에게 이 포지션이 비자를 스폰서 하는지 물어볼 일이 없어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전화 통화 때 내가 비자 스폰서가 필요 없다는 말을 하면 리크루터가 굉장히 반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한 회사에서만 리크루터가 먼저 이 포지션은 비자 스폰서를 해주는 포지션이라고 말을 했었다. 다른 포지션은 안해주는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만 해준다고 하더라. 아이러니 한 점은 내가 최종 선택한 회사가 바로 그 회사다. 한 마디로 이 회사는 내가 영주권이 없이 도전했어도 비자 스폰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인생 참 이상하다 ㅋㅋ 어쨌든 영주권 덕분에 여러 회사랑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여러 번 보다보니 면접 스킬도 좀 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3. 아직 많은 회사들이 100% 리모트 포지션으로 채용 중이다.
코로나 이후 미국 회사들이 재택근무(remote)를 허용하면서 이제 재택근무가 익숙한 업무 환경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나는 백수였기 때문에 화상면접이든 대면면접이든 상관 없었지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100% 화상면접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회사에서 100% remote position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 뉴욕이 아닌 미국 전역에 있는 회사들에 지원할 수 있었다. 이게 앞서 말한 1번 내용과 조금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하다. 채용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지원자 입장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회사가 늘어나고 면접보는 제약이 없어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그 만큼 경쟁도 치열한 것 같다. 예전엔 이직하려고 하면 일주일 정도 휴가를 몰아서 쓰고 온사이트 면접을 몰아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zoom이나 teams로 집에서 면접을 보기 때문에 이직자 입장에서도 "그냥 한 번 써볼까?" 라는 생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Linkedin에선 총 몇 명이 해당 공고에 지원했는지 알려주는 기능이 있는데 좋은 포지션의 경우 올라온지 3~4시간 만에 100명 이상 지원자가 생기고 며칠 지나면 수백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건 링크드인을 통해서 apply 버튼을 누른 경우만 카운트 할테니 실제로는 더 될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버튼 누르고 지원 안할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직에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많다는 얘기.
100% 재택이 아니어도 대부분 hybrid (주중 2~3일은 재택, 나머지는 오피스 근무)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꼭 대면해서 일해야 하는 직군이라면 재택이 답답할 수 있겠지만 코딩을 주로 하는 직군 같은 경우 지금의 상황이 아주 반가울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미국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취업에 도전하면서 느낀 점이다. 인터뷰 방식이나 후기는 다음에 자세하게 다시 써보려고 한다. 무언가를 기록하는데 취미도 재능도 없는 내가 굳이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두 가지다. 나중에 내가 다시 보면서 초심을 돌아보기 위함도 있고, 나처럼 연줄도 없고 모르는 사람한테 추천인 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어려워 하는성격의 사람들이 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난 무언가를 도전하기 전부터 미래에 닥칠 일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는 성격의 사람이다. 그래서 완벽하게 준비가 안 됐으면 아직 아닌것 같다고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미리 포기하려고 한 적도 종종 있다. 이제와서 돌아보니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하면 안 된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노력을 계속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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